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전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세계
“우리는 모두 하나이며, 한 사람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 세바스티앙 살가도 -
2007년 안양알바로시자홀에서는 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추앙받는 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展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미 사진이 예술의 한 영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현대에 있어서, 살가도의 사진은 보도와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특성을 넘어서 지역과 계층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인본주의에 입각한 휴머니즘 사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44년 2월8일 브라질에서 태생으로 상파울로, 브라질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프랑스 파리 대학에서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1979년~94년까지 매그넘 사진가였으며 1994년 자신의 작품을 특별 관리하는 언론 에이전시 아마조나스 이미지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가 1977년부터 2001년 까지 24년 간 찍은 방대한 분량의 사진 중에서 살가도 에이전트 AMAZONAS IMAGES 회사가 한국의 팬들에게 특별히 선보이는 베스트 중의 베스트 작품 총 173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로 마련하였습니다. 1. 라틴 아메리카 2. 노동자 3. 이민, 난민, 망명자 4. 기아, 의료 등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살가도의 회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사진전으로 선보입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인류애’라는 보편적 감성을 불러 일으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촉구한다는 점에서 사회, 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진전이며 사진의 저변 확대가 한창 무르익은 한국 사진 계에 커다란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정한 전형을 제시하여 다큐멘터리 사진의 나아갈 바를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향후 한국 사진 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1. 라틴 아메리카
라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살가도가 70년대 중반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고 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살가도는 1977부터 1983년까지 부유한 북아메리카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육체노동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디언 농부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7년 동안 중남미 지역을 돌아 다녔습니다. 며칠씩 걸어서 벽지의 산 속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작업한 끝에 그는 가난과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금욕적이고, 위엄 있고, 힘이 넘치는 인디언 농부의 모습을 담았고, 그 사진들을 추려 사진집 <다른 아메리카인 Other Americans>을 출판했습니다.
포토 저널리스트로서 그의 근본은 고향인 브라질의 원초적이고 소박한 삶에 놓여 있습니다. 브라질을 강타한 자본주의 물결의 사회적 격동 속에서 라틴 아메리카인 들은 정든 집과 고향을 버리고 빈 몸뚱이만으로 여러 도시로 떠밀러 가야만 했습니다.
섬유질 중심에 물을 저장함으로서 가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가시 많은 선인장, 그 등 뒤로 빛을 떨어뜨리는 거룩한 아침, 날개달린 하얀 천사 옷을 입고 첫 번째 성찬식에 참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소녀들의 꼭 다문 입술, 세르탕 황무지에서 생명을 다하고 가혹한 태양에 말라붙은 채 내버려진 당나귀나 들소의 뼈를 블록처럼 가지고 노는 벌거벗은 아이들, 그는 이렇게 단순하고 황량한 풍경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묵묵히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또한 살가도는 사진의 본질을 절망과 희망의 복잡한 심경을 동반하는 이주의 풍경에서 찾고 있습니다.
2. 노동자들
살가도의 <노동자들 The Workers> 시리즈는 150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끝나고 현대에서는 사라져가는 전형적인 육체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살가도는 이 사진들을 위해 1987년부터 1993년까지 7년이란 긴 세월 동안, 중국, 인도, 소련, 방글라데시, 쿠바, 프랑스, 브라질, 미국 등 세계 26개국에 흩어져 있는 40-50개의 작업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그들과 함께 생활하였습니다.
생존을 위해 브라질 금광에서 천 한 조각만을 몸에 두르고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3만명이 넘는 사람들,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들, 제철소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에서 거대한 배를 만들고 있는 노동자 등은 사라져가는 다양한 육체 노동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들로 생존의 치열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살가도는 이 사진들을 통해 육체노동의 신성함과 원초적 삶의 건강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근원적 모습인 자급자족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폐기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고사하고 자신이 생산한 생산품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그들에게 살가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들은 노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육체노동을 기록함과 동시에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병폐를 고발하고자 합니다.
3. 이민, 난민, 망명자
이민, 난민, 망명자 시리즈는 살가도가 1993년부터 7년이란 기간에 걸쳐 세계 43개국을 돌며 매년 9개월 동안 그들과 함께하여 완성한 사진들입니다.
20세기는 전쟁과 피난의 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특히 마지막 10여 년은 더욱 그러했습니다. 유고슬라비아와 체첸의 독립전쟁, 르완다의 민족분쟁, 이라크 걸프전, 강대국들의 이익에 따라 지배되는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그 예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 국내, 국외 갈등 속에서 피난민은 생길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많은 이민, 난민, 망명자들이 생겨났으며 전 세계에 걸쳐 난민의 수는 4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분쟁이 가득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폐허가 된 도시를 목발을 짚은 채 걸어가는 한 남자의 실루엣은 전쟁의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베나코 탄자니아 캠프의 아침을 찍은 사진을 보면 비극으로 슬픔에 쌓인 캠프의 모습이 아침 햇살에 비춰져 아름다운 희망이 샘솟는 모습으로 느끼게 합니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살가도, 그의 사진은 그런 의미에서 휴머니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기아, 의료
기아, 의료는 1984년부터 1985년까지 찍은 “사헬의 기아”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참혹한 상황을 담은 작품들입니다. 살가도는 국경 없는 의사회의 의사들과 더불어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나 내전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를 촬영한 사헬의 이미지는 저널리스트로서 살가도의 지위를 확고히 해준 사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식량과 식수의 부족, 청결하지 못한 위생 상태는 아프리카인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합니다. 세계적인 구호물자와 대대적인 방역, 예방 접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상황은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가고 있습니다.
풀 한 포기 찾아 볼 수 없는 황량한 모래벌판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지나가는 한 아이는 손에 쥔 마른 나뭇가지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야위어 있습니다. 전쟁이나 질병이 아니라 단지 굶주림만으로 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은 몸은 앙상하지만 눈망울만은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평생 불구의 신세로 살아가야 하는 지뢰 희생자들 중에는 어린 아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는 이 사진들을 통해 삶의 생존을 위한 기초적인 것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곳에서 태어나, 살고, 또 죽어가는 사람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의식을 일깨워 주고자 합니다.
본전시회에 마련된 살가도의 오리지널 작품173점을 통해 완벽한 미학적 구도 속에 현대 삶의 모습을 진실하게 기록하고 있는 살가도의 20여년에 걸친 사진세계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감상할 수 있는 매우 뜻 깊고 의미 있는 전시회로 기억될 것입니다.
살가도, 슬프지만 따뜻한 흑백 다큐사진
1994년 르완다 난민수용소에서 찍은 고아들의 모습.
모포에 싸여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함께 어려 있는 듯하다. 자이레
르완다 난민 캠프, 탄자니아, 1994.
이라크, 커디스탄, 1997.
브라질, 1983.
에콰도르, 1982.
일정 배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아이들의 무게를 단다. 영양센타에서, 말리, 1985.
코렘 캠프의 피난민들, 에티오피아, 1984.
한때 파지빈느 호수였던 곳, 말리, 1985.
사탕수수 노동자들 쿠바, 1988.